
말기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이어령(88·사진) 전 문화부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재앙을 겪고 있는 전 인류를 향해 “역사적으로 항상 대역병이 지나가고 나면 이전보다 나은 번영이 이뤄졌다”면서 “이 팬데믹 패러독스의 마지막 희망은 기독교”라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평창로 영인문학관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한 솔루션으로 ‘코로나 패러독스(Corona Paradox)’라는 새 어젠다를 제시했다. 왕관을 상징하는 코로나가 지독한 병명이 된 것도 역설이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면 더 나은 세상이 열린다는 것 또한 역설이다.
“중세 시대 페스트로 인해 기독교 기반이 흔들리던 때와 같은 위기를 맞이했다고 봅니다. 이 불행 속에서도 우리는 현대인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러 가지 종교적 가치와 구제를 찾게 됩니다.”
그는 “기독교에서 제일 큰 죄악이 ‘휴브리스(Hubris)’ 즉, 인간의 오만인데 우리는 그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전 인류가 이 세상 모든 가치 가운데 생명 이상의 것이 없다는 것을 동시에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시련 뒤 찾아올 희망을 설파했다. 그는 “기독교 문명의 본바탕인 유럽은 물론 한국도 많은 시련과 핍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페스트라는 재앙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파리도 페스트가 지나간 뒤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발전했고, 유럽의 문화 중심지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불신받고 쇠퇴해가는 기독교에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고 인간의 오만과 그로 인한 재앙을 극복했던 그 힘을 되살려내는 것이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지성의 큰 산맥이었던 이 전 장관은 2007년 7월 일본 도쿄에서 고(故)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 지성인이 인본주의적 성과를 뛰어넘어 영성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후 14년째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모토로 기독교 신앙을 전하는 메신저의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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