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탈리아 시칠리아 노토 교구의 안토니오 스탈리아노 주교가 성 니콜라오 축일 행사 중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산타클로스의 빨간색 의상은 광고 목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외신은 이에 대해 “아이들이 큰 충격에 빠졌고 부모들은 주교가 동심을 파괴했다며 분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노토 교구 언론 담당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선 어린이들에게 실망을 준 것에 대해 주교를 대신해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스탈리아노 주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진짜와 진짜가 아닌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사실은 성탄절이 더는 기독교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조명과 쇼핑 중간 지점에 있는 성탄절 분위기가 성탄절을 대체했다”고 말했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성탄절 세태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교는 결국 해명과 소신 발언을 함께한 셈이죠.
‘진짜와 가짜.’ 스탈리아노 주교가 말하고 싶었던 건 성탄절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화려한 조명을 두르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베개 옆 선물과 캐럴까지 성탄절의 여러 상징이 진짜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걸 기념하는 날입니다. 기념일이란 잊지 않기 위해 만든 날입니다. 성탄절에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림절이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교회 절기의 출발이기도 한 대림절은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뿐 아니라 우리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고난과 희생, 사랑의 여정을 곱씹어보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주교의 발언을 보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온전히 예수를 기다리고 있지 않아서였죠. 캐럴과 크리스마스트리 사이 어딘가에 서서, 예수님보다 연말의 설레는 기분만 즐기려던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19일은 대림절 네 번째 주일입니다. 성탄절 직전 주일입니다. 이날 켜는 초의 의미는 ‘희망’이라고 합니다. 상업적인 성탄절은 잠시 내려놓고 성탄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가 전한 희망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기쁜 성탄 되시길 바랍니다.
장창일 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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